[네니아를 찾는 사람들] ③ 둘러앉은밥상 한민성 대표
밥 먹는 10분, 밥 짓는 여섯 달
사용하는 네니아 제품 : 네니아 빵과 쿠키류, 음료, 네니아 무농약/유기농 우리밀가루, 네니아 유기농 호박 식혜와 전통 식혜, 유기농 아이스크림, 네니아 만두 등 다수
‘과일은 나무에서 익혀야 합니다’, ‘채소는 땅에서 자라야 합니다’, ‘밥 먹는 십 분, 밥 짓는 여섯 달’, ‘쌍끌이 어획 반대’….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언어 선택이 예사롭지 않았다. 농업을 존중하는 태도와 말씨가 곳곳에서 느껴졌고, 문학적 감수성까지 담긴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버스 기사의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라는 한마디를 받들 줄 알고, ‘기본을 지킬수록 가난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농가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하는 사람. 쇼핑몰의 글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그 손길이 누구일지 무척 궁금했다.
뜻밖에도 그 회사의 대표가 직접 글을 쓰고 디자인도 한다고 한다. 글을 보면 현장을 누비고 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 ‘둘러앉은밥상’의 이야기다.
△ 사진 제공: 한민성 대표
‘둘러앉은밥상’(이하 둘밥)은 네니아 제품 중 유자머핀, 우리밀 백밀가루, 꽉찬고야 동그랑땡, 우리밀 떡볶이떡, 샌드위치용 페스츄리, 만두, 한입등심돈까스, 떡류, 딸기쉐이크, 유기농 생딸기잼, 유기농 아이스크림, 우동면, 치아바타, 쿠키, 식혜, 마요네즈, 진케첩 등 상당히 많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
네니아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는 꽤 많다. 그 가운데서도 네니아 제품을 ‘네니아스럽게’ 잘 설명하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둘밥’이다. 둘밥 대표는 왜 네니아 제품을 찾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네니아 웹진은 12월 10일 충남 공주로 내려가서 둘밥의 한민성 대표를 만났다.
‘친환경 농업’을 접하다
한 대표가 처음부터 ‘친환경’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둘밥을 창업한 시기까지 거슬러가 보면, 한 대표는 2008년 즈음에 경제진흥원의 SGS사회적기업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언젠가 창업할 거 같은데 기왕이면 빨리하자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온라인 쪽에 강하고 음식에도 관심이 있고 잘한다고 생각해서 둘밥을 만들었다. 처음 출발은 농촌 마을의 대표 작물을 꾸러미로 만들어서 가정에 배달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꾸러미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 와중에 우연히 ‘급식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 대표는 “급식운동의 살아있는 전설 이빈파, 친환경 농산물 유통업을 하면서 농가의 생산비 보장을 고민하는 이원영 대표님, 전국 농민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 음식 교육·문화 활동을 하는 분, 그리고 철학과 행동이 일치하며 언행일치의 삶을 실물로 볼 수 있게 해준 네니아 송정은 전무님 등 여러 사람을 만났다. 이분들 만나면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접했다”고 했다. 그는 ‘당장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친환경 소농가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 둘밥이 처음으로 판매한 제품이 당진 올리고마을에서 생산한 무농약 단호박이다.
농가마다 팬을 만들어서 확산시키고, 상품화 과정에는 스토리와 브랜딩을 하고…. 한 대표는 할 일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창의적인 생각도 샘솟았다. 수많은 농가와 만나고, 때로는 그가 농부가 되다시피 같이 일하고, 판로가 부족한 농가의 제품을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무임금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생산자와 같이 판매와 홍보를 하기도 했다.
힘든 순간, 고객의 편지로 버티다
한 대표가 생산지를 찾고, 생산물을 제품으로 만들고, 농가와 협업하고, 이를 판매하는 과정은 큰돈을 벌게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생산부터 판매 까지 모두 관여하다보니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 등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던 힘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사연을 적은 편지를 보내거나 문자를 남기면 힘이 났다. 또 어려운 시기에 사무실 보증금을 구한다고 SNS에 올리자, 제이케이디파트너스 김동욱 대표가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고 재작년부터는 투자도 해준다고 한다. 한 대표는 그 덕분에 평소에 하고자 했던 일을 하고 있다. 가공 라인을 보강해야 하는데 못해서 가공을 중단했던 유자농장에 도움을 주고, 광고비 내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 등이다. 그에게 참으로 고마운 분이 다가온 것이다.
일하다 보면 당황할 때도 있다. 거래처 중에 카톡도 잘 못 하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택배 송장을 엑셀이나 ‘구글 시트’로 정리할 줄 몰라서 사진으로 한건 한건 찍어서 보내는 이도 있다. 50장 정도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그걸 일일이 입력해서 자료화해야 한다. 택배 계약을 해본 적이 없거나, 송장 정리를 못하는 농가를 자주 만난다. 소농가가 하루에 쓸 수 있는 노동력은 한계가 있는데, 농사만 전념해도 하루가 모자란다. 그 틈을 비집고 해야 하는 일들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해야 한다. 씨앗을 고르고, 농사를 짓고, 판매하고, 그 수익이 농가의 통장에 전해지기까지의 과정 중 한 대표는 일이 되게 하려고 농부와 머리 맞대고 방법을 찾는다.
네니아 제품 판매를 시작하다
본격적으로 네니아에 관해 질문했다. 네니아 제품을 찾게 된 이유는? 한 대표는 네니아 제품 중 “우리밀 마늘토스트,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생딸기잼, 유기농 찰보리팬케익과 와플, 시몬 카스테라 등”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만족해야 판매도 잘한다고 했는데, 그는 물건 하나를 유통하더라도 그냥 받지 않고 생산 현장을 다녀오는 등 꼼꼼하게 제품을 파악한다.
“저희 둘밥은 주로 농수산물 생산자를 찾아서 원물 위주 또는 그들이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판매해요. 가공식품을 아무거나 쉽게 받지 않죠.”
한 대표의 까다로운 제품 입점 기준이 있음에도 둘밥은 네니아의 많은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고, 딴지마켓에도 네니아 제품을 입점해서 유통한다. 한 대표가 네니아 제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2020년인가 21년인가 즈음, 그때가 코로나 시기였는데 네니아 송정은 전무가 학교급식에 나가던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팔아야 한다고 했다. 학교급식에 공급하려고 만들었던 제품인데, 코로나로 학생 등교 중단, 급식 중단이 이어졌던 시기다. 당시 둘밥과 딴지마켓에 네니아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많이 팔았다. 코로나라는 이슈가 있었고, 급식업체의 어려움을 어필했더니 반응이 왔다.”
한 대표는 그렇게 네니아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네니아 제품을 하나씩 늘려서 지금은 네니아 제품 ‘마니아’가 되었다. 그는 네니아 제품의 원재료를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이 원료는 왜 썼어요?”라고 네니아에 물어보면, 네니아에서는 바로 답이 나오더라고 했다. 유기농 아이스크림에 왜 달걀노른자를 쓰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네니아에서는 아이스크림의 형상을 쉽게 만들어주는 유화제나 안정제, 증점제라는 합성첨가물 대신 쓴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대표는 “네니아는 앞서서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신뢰가 갔다”고 했다. 쭈쭈바(네니아 오미자로쭈)에 ‘마’를 왜 집어넣냐고 물었더니 역시 증점제 대신 넣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합성첨가물을 대체한 천연재료를 찾고 행하는 네니아의 기획력과 실행력에 반했다”고 했다.
네니아 제품은 아이스크림만 첨가물을 안 쓴 것이 아니다. 한 대표는 쿠키와 빵, 만두, 음료 등 수많은 네니아 제품을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생산지를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재료로 만든 가공식품의 맛을 알게 되었고, 네니아에 신뢰를 갖게 되었다. 한 대표는 네니아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대전에 프리미엄 푸드코트가 있다. 회사명은 ‘유기농’ 단어가 들어간다. 그런데 제품 원료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다. 유기농 설탕을 원재료 중 첫 번째로 넣고 나머지는 수입산이나 첨가물로 가득했다. 포장만 그럴싸하게 해서 프리미엄 친환경 제품처럼 판매하는 것이다. 네니아처럼 속까지 친환경인 제품을 소비자가 알아보면 좋겠다. 그러려면 제품 상단에 가독성 있고 명쾌하게 상품 설명을 해주면 좋을 거 같다. ‘왜 구매해야 하지?’에 대한 답이 나오고, 그다음에 제품 설명에 들어가면 좋을듯하다. 수입산 유기농 딸기 퓨레로 만든 딸기잼을 외적으로 고급스럽게 포장한다고 친환경은 아니니까. 네니아처럼 유기농 생딸기로, 그것도 끓이지 않고 저온으로 만든 딸기잼 정도가 되어야 진짜 친환경인데, 이런 귀한 제품들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인터뷰하는 동안 한 대표한테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통화 중 아니면 트럭 타고 생산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한 대표의 일상이다. 그는 배를 판매하기 전에 배 농장에 열 번도 더 다녀왔다고 한다. 어디든 그렇단다. 명란젓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명란 사진을 다섯 회차나 먼저 찍었던 것을 폐기하고 다시 찍었다고 한다. 같은 농가도 매년 방문 시마다 사진으로 현장을 기록하여 수년째 농가의 모습을 아카이빙 하고 있다.
둘밥 홈페이지에는 자두 농사짓는 김천 선돌농장, 복숭아 농사짓는 영덕 나래농원, 귤농사 짓는 서귀포 동래농원, 무화과 농사짓는 해남의 부부 농부, 키위 농사짓는 고금도 청해농장, 유기농 홍삼 생산하는 예산 삶애농장 등 20명 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 농가인들 정이 가지 않겠는가. 그중에서도 효덕목장은 치즈와 요거트를 만드는데, 목장에 자주 가다 보니 목장 대표의 아이들을 차에 태워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그 아이가 커서 지금 효덕목장에서 치즈를 만들고 있다. 효덕목장과 오랜 세월 희노애락을 함께 했으니 가족이 따로 없다.
‘유기농 없는’ 유기농 쇼핑몰
한 대표는 ‘유기농 없는 유기농 제품 쇼핑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유기농 배추를 판매한다고 해놓고 일반 배추를 올려놓는다거나, 유기농과 관행농을 분간하기 어렵게 아래위로 나란히 제품명을 배열한다거나, 회사명만 유기농이고 아예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말했다. 유기농이 아닌 제품에 유기농 제품 잘 먹었다고 후기가 올라간 것도 있다. 그는 잘못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시정할 수 있게끔 노력을 기울인다.
귤에 깍지벌레 앉은 자리가 검게 된 것을 두고 소비자가 ‘왜 썩은 것을 보냈냐’고 하거나, 유기농에 대한 오해로 소비자 불만이 들어오면 보통은 죄송하다고 하고 환불처리 하는 것이 손쉽고 편하다. 그러나 둘밥은 ‘썩지 않았고, 친환경 농산물의 특징’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소비자와 소통한다. 글 서두에 버스 기사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한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을 것’이다. 잘못된 상품의 경우는 그에 대한 책임과 변상을 확실히 한다.
‘먹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친환경 급식을 먹은 세대의 역설
“둘밥은, 농사가 농업 방식에 상관없이 지켜져야 할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친환경 소농가가 버틸 힘이 소진되면, 친환경뿐만 아니라 농업 전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활 기둥이 되는 농업이라는 기틀. 이들이 존재해야 다른 산업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기둥의 아랫바닥에서 힘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소농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말은 한 대표가 둘밥 창립 10년이 되던 2018년에 썼던 글의 일부다. 그에게 이 글을 쓰고 나서 5년이 지난 지금, 무언가 진전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한 대표는 “진전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젊은 층 소비 패턴을 우려했다.
“인스타 세대는 유기농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는 향후 10년의 난제가 아닐까. 친환경 급식 먹던 세대가 지금의 인스타 세대인데, 이들은 아침은 굶고, 점심은 외식이나 닭가슴살, 저녁은 배달음식. 이 친구들은 원재료가 아닌 ‘레시피’가 중요하다. 좋은 가치에 투자할 마음은 있는데 ‘오마카세’를 소비하듯 원재료에 관심이 없다. 친환경과 농업의 가치가 그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친환경 급식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기준은 왜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만드는 이들이 그 기준을 지키는 과정은 어떠한지 전달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순간 멈칫했다. 친환경 급식을 위해 어른 세대가 엄청 노력했으나, 먹이는 것에 그치고 아이들에게 친환경 농업 등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다.
직접 실천하고, 후원으로 실천하고
둘밥의 온라인 쇼핑몰에 있는 ‘소돼지닭달걀’이라는 상품 카테고리는 언어의 힘이 느껴진다. 한국적인 정서, 소와 닭이 어울리는 풍경, 지푸라기와 달걀, 기계식 사육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는 가축, 오래전 추억을 동시에 소환한다. 알고 보니 그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경제학과 경영학도 공부했으니 그가 행하는 일이나 삶의 폭이 꽤 넓겠다.
부모님이 농부였을까? 그런데 둘밥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그는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다. 중학생부터 청량리 프란치스코 회관이나 ‘밥퍼’에서, 우체국에서, 코엑스 행사장에서 봉사를 자처했다고 한다. 스무 살 무렵에는 가톨릭 복지회 소속 입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구로에 있는 쪽방촌의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교실에 참여했다. 2001년 즈음의 아파트와 공존한 쪽방촌은 20~30가구가 공용화장실을 쓸 정도였으니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 상상할 수 있다. 한 대표는 5만 5천 원이 없어서 방과후교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후원 조직을 만들었다. 판자촌 아이들은 방과후교실뿐만이 아니라 체험학습 갈 돈도 없었다. 그래서 방과후교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소풍 가는 모임을 만들고, ‘소풍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후원도 조직했다.
한 대표는 “소리치는 사람, 현장에 가는 사람,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은 ‘운동가’도 아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필요한 곳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백남기 농부가 2016년에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시고, 당시 시민들이 천막 지키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했는데 그때 농성장에 컵라면 사는 거 후원하고 부식 펀드 만들기 등에 참여했다. 대구 코로나 현장 의료진에게 과일을 보냈고, 강정마을에도 후원 물품을 보내고, 현장에 연대하는 밥차에도 물품을 보냈다.
‘내가 움직인다고 세상이 바뀔까?’
네니아 제품 자랑 좀 해달라고 하자 그는, “네니아 시몬 카스테라 만드는 제조업체에 다녀왔는데, 무항생제 유정란과 무농약 우리밀 등 그 향이 대단했다. 점검하러 갔다가 시몬 카스테라에 코 박고 왔다. 달걀이 안 좋으면 비린내가 난다. 그런데 네니아 카스테라는 감동이다. 향이 아닌 원재료로 내는 냄새. 맛은 다섯 가지지만 향은 수만 가지인데, 시몬 카스테라가 그렇게 다가왔다”고 극찬했다.
한 대표가 이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을 누비며 전화통을 붙잡고 살아야 하고, 농산물 배달까지 하면서 고단하지 않다면 거짓일 것이다. 가끔은 잡다한 고민 없이 노동현장에 가서 땀으로 하루를 채우는 삶을 살고 싶기도 하고, ‘자연인’처럼 살고도 싶다. 한 대표에게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진 않은데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십수 년째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다짐’은 어떤 화면 전개로 도달하는 특정 경지여서 삶이나 자세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침마다 또 순간마다 새로 하는 거구나. 어떻게 보면 미련해서 아직 이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농업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의 삶에서 마주한 굳건함 때문에 버티는 것 같다.”
그가 버티는 힘은 그의 진심을 알아봐 준 사람들, 그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 그를 기억하며 안부를 전하는 소비자와 생산자! 그러한 사람,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밥상을 함께 차리고 둘러앉는 가족처럼, 한 대표와 친환경 소농인들이, 더불어 네니아도 평화롭고 행복한 날을 이어가길 바라며 응원한다.
* 둘러앉은밥상 쇼핑몰 주소: https://doolbob.co.kr/
2025년 12월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