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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산밀로 만든 불닭볶음면을 외국인에게 먹이려면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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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 사회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높아지는 분위기다. 맛집이나 요리, 나아가 식품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한가위를 맞아 <냉장고를 부탁해>에 직접 출연해 K푸드 알림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이 관심이 원료로 이어져 국내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맛있는 요리는 뛰어난 세프와 요리 기술뿐 아니라 원료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수입 농산물보다 신선하면서 안전성도 검증된 국내산 농산물이 덩달아 주목받기를 바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 중 가장 안타까운 품목을 꼽자면 밀이다. 밀을 원료로 한 면류 요리가 각광을 받는 지금, 정작 국산밀은 자급률 1~2%대에서 좀체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4 식품산업 원료 소비 실태조사를 보면 K푸드 수출 1위 품목인 라면의 국산 원료 비중은 5%에 지나지 않았고 특히 밀가루의 국산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K푸드 수출액은 지난해 998천만 달러로 100억 달러에 가까운 실적을 거뒀는데 그 중 라면 수출액만 124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23년 대비 31% 늘어난 수출액이다.

 

우리나라 연간 밀가루 소비량 147만톤 중 385천톤이 라면에 투입된다. 라면에 투입되는 밀가루의 10%만 국산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연간 국산밀 생산량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한다. 국산밀 재고량만 6만톤이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국산밀 생산량은 단 37376톤으로 전년도인 2023년에 비해 오히려 27.9%나 감소했다.

 

밀 재배면적은 202311600에서 지난해 95361선이 붕괴됐다. 밀 산업 육성법을 지난 2018년에 제정해 2020년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한 결과가 이 모양이다.

 

혹자는 국산 밀은 라면을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은 품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라면 만들기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면 된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3년 면용 밀 품종으로 한면을 개발했다고 하니 보급이 제대로 이뤄질지 지켜볼 대목이겠다.

 

품종 문제를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국산밀을 소비자들이 찾게 만들 대책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국산밀로 만든 불닭볶음면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을까. 지난 2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내놓은 이슈보고서에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다.

 

녀름의 이수미 소장은 해당 보고서에서 밀 생산면적과 생산량이 기후, 낮은 소득, 정부 정책의 변동 등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라며 이러한 면적의 변화, 작황 부진은 품질저하를 불러일으킬 경우가 많다. 생산량이 많지 않기에 품질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처에게 공급하기 좋은 원료가 되려면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진다는 전제 조건부터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국산밀 생산기반이 원체 취약하다보니 소비확대에 더 장애가 된다는 의미다.

 

이 소장은 정부 밀 수매비축 사업을 보면 올해 수매단가는 855원으로 지난해 957원보다도 낮다라며 생산비도 충당할 수 없는 현실에 수매단가 인하에 대해 현장 농민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밀 수매단가의 인상은 밀 생산기반의 유지확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 또한, 밀 전략작물작불금의 추가 확대도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처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원료가 되려면 생산기반부터 안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생산기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그나마 남아있는 생산기반마저 흔들리고 덩달아 소비처에서 국산밀을 찾는 발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차 밀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 하겠다.

 

네니아 웹진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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