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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언덕’에서 만난 입지전의 주인공 송재철

2025.11.19

네니아 제품 생산지를 찾아서 (12)

에덴식품영농조합법인



유자는 버릴 것이 없다. 껍질은 유자청, 즙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리고, 씨는 기름을 짜서 화장품 만들 때 쓴다. 유자는 비타민C가 레몬의 3배에 달해서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네니아 유기농 유자 아잉>은 국산 유기농 유자와 국산 유기농 유자원액으로 만든다. <네니아 유기농 유자 아잉>을 만드는 곳이 바로 에덴식품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유자 아잉주문이 부쩍 늘었다. 네니아 웹진 편집팀은 네니아 제품 생산지 중 11월에 유자가 한창 익어가는 전남 고흥의 유자밭을 찾아갔다. 눈물을 적시며 들었던 에덴식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고흥 바닷가에 텐트 치고 3년 살이

 

에덴식품의 대표인 송재철 님(74)은 여수에서 건축 사업이 망하고 어업을 하다가 고흥으로 와서, 고흥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3년이나 어렵게 살았다. 마을 사람들이 방앗간에서 쌀을 찧을 때마다 통에 조금씩 모은 것을 마을의 부녀회장이 가져다주고 가면, 많이 울었다. 어업에 종사할 당시 딸이 한 살이었는데 딸이 그물에 걸려 넘어져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지에 있는 유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불현듯 바다는 물속을 알 수 없으며 사람을 농락할 수도 있는데, 유자는 눈에 보여서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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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덴식품의 송재철 대표가 자신이 키우는 유자 나무  언덕을 보여주며, 사질토라 물빠짐이 좋고 해풍이 불어 유자 재배에 좋은 환경임을 설명했다.  (사진=네니아)
 

 

송재철 대표는 여수시 화양면 이천리에서 태어나 건축 사업을 했다. 사업이 망하고 여수에서 어업을 2, 고흥에서 7년을 했다. 새벽 2시면 바다로 나가야 하는 생활, 거친 풍랑과 싸워야 했다. 물길 속을 알 수 없는 바다 생활은 정말 고단했다. 가만히 보니 귀한 대접을 받는 유자나무가 좋아 보였다. 고흥/여수/완도/남해 등 유자가 나는 지역은 제사상에도 유자를 꼭 놓았고, 사람들은 제사를 지낸 뒤 젤 먼저 유자를 들었다. 당시(1980년대)에는 유자 1kg2~3만 원 했다니까 상당히 비쌌다. 유자나무 한 그루면 자식 대학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하여 대학나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나도 1988년에 처음으로 유자나무를 심었어요. 그 당시 고흥 농지 1평에 500~700원 할 때였는데, 빈 땅이 나오면 무조건 샀어요. 1987~88년에는 서울 사람들이 땅 투기를 해서 한 평에 1500원으로 올랐는데, 그래도 땅을 매입했죠. 그리고는 유자와 석류, 비파를 심었어요. 유자는 노지 재배, 석류는 비가림 친환경으로 재배했는데, 초창기에 재미를 좀 봤어요. 전국 친환경 매장에 우리 제품이 다 들어갔거든요.”

 

송 대표는 고흥우체국 고객대표자회의 위원이라는 이력도 가지고 있다. 고흥우체국을 이용한 택배 발송량이 많으니 우체국에서 송 대표를 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그만큼 송 대표의 유자 농사와 가공 사업은 나날이 성장했다. 유자차와 유자 퓨레, 유자 화장품 등 제품 개발도 많이 했다. 송 대표가 운영하는 에덴식품의 상주 인력은 6~10, 유자차 작업 시기인 11월부터 12월은 50여 명이 일한다. 매출은 2025년 현재 약 30억 원이다. 올해 조금 어려운 시기였는데, 목표는 50억 원이라고 한다.

 

송재철 대표와 에덴식품 주요 연혁

1988

유자나무 처음 식재

1998

에덴식품 영업 허가

2005

고흥유자 홍보 유공 표창

2007

무농약 인증

2008

고흥우체국 고객대표자회의 위원

2010

전남친환경농업대상

2011

유기가공식품 인증

2013

전남농업인 대상

2016

대통령 수상

2019

유자 주스 수출 50만 불 달성

2019

세계농업기술상 수상

 

 

유자가 한국에 온 이야기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고흥 유자를 맛본 뒤 황실에 진상되는 유자를 고흥에서 재배하려고 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고흥 유자는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장보고가 신라시대 문무왕 2(840)에 당나라에서 열매로 가져와 남해안 지역에 퍼지게 됐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8(1426) 전라, 경상도에 유자를 심어 착과량을 호조에 보고하게 하고 직접 감사가 작황을 조사해 상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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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철 대표의 유자 과수원에 있는 유자나무  (사진=네니아)

 


유자는 기후변화에 아주 민감한데 고흥을 비롯한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 남해안 지역에서 잘 자란다. 바로 이 지역이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고흥에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유자의 60% 이상을 재배한다고 한다.

 

유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생산되며, 중국에서는 그 생산량이 미미해 무시해도 될 정도다. 때문에 수입산이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을 위한 선택, ‘친환경 재배

 

에덴식품의 농사 규모는 약 2만 평이다. 유기 인증이든 무농약 인증이든 공통점은 농약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초제를 쳐서도 안 된다. 송 대표는 농사일 중에서 제초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한여름에는 10일 간격으로 풀을 베어줘야 한다. 풀을 벨 때 훤하게 모두 베면 안 되고 한 줄은 남겨 놓아야 한다. 벌레가 풀이 없으면 나무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친환경 자재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관행농은 월 1회 약을 친다면, 친환경은 월 2~3회 친환경 자재를 치면서 비가 오면 추가로 또 쳐야 했다. 안 그러면 벌레가 생겨서 감당하기 어렵다. 균은 황으로 막아낸다. 어느 해는 7~8월에 비가 많이 와서 유자가 온통 흑점병에 걸려 수확을 못 하기도 했다.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외에도 상품성을 높이려면 가지치기를 잘 해야 한다.

 

유자밭을 보면 어떤 나무는 유자가 풍성하게 열리고, 어떤 나무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이것은 나무가 해거리하기 때문인데, 나무별로 돌아가면서 해거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야 해마다 일정 정도의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해거리는 열매가 해마다 많이 열리지 않고 일 년은 덜 달리고, 일 년은 많이 달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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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철 대표가 유자나무의 해거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네니아)



송 대표가 친환경 유자 재배를 선택한 이유는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약을 치면 약 치는 사람한테 해가 가는데, 약을 치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자연스럽게 땅과 나무, 소비자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냉해로 70%의 나무가 죽어 다시 심었다

유자나무도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

 

그러나 평탄하지 않은 것이 농사다. 유기농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유자나무가 5년 전에 매우 큰 규모로 냉해를 입어 2만 평의 나무 중 약 70%를 다시 심어야 했다.

 

유자 재배도 기후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유자나무는 영하 5~6도가 1주일 이상 계속되면 죽는다. 추우면 유자가 잘 열리지 않기도 한다. 송 대표는 법인체가 해체될 정도로 농사 피해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자 가격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에덴식품은 현재 고흥에 있는 30여 개의 가공 공장 중 서너 번째로 가공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통령상 등 수상도 많이 했는데 제품 개발은 어떻게 했을까? 순천대와 호남대 등이 기술을 연구하여 넘겨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직접 생산하는 생산자가 유자의 특성과 깊이를 잘 아니까 송 대표와 가족들이 제품을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에덴식품은 흔히 알고 있는 유자 음료와 유자차 외에 유자즙, 유자 퓨레, 유자 소금과 화장품 등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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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자 가공 전문기업 '에덴식품' 사무실에는 대통령상 등 친환경 농업과 유자 농업에 전념해 받은 상이 빼곡하다. (사진=네니아)



에덴식품은 송 대표의 12녀 자녀들이 모두 함께 운영한다. 아들은 공장장 역할을, 딸들의 가족들은 행정과 운영, 영업과 홍보 등을 맡아서 하는데 송 대표의 부족한 부분은 자녀들이 채우고, 자녀들이 부족한 부분은 송 대표가 채우니 믿을 수 있는 가족 경영체라고 할만하다. 송 대표는 가족이라도 대충 일하거나 자기 맘대로 하지 않고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고, 운영을 위한 가족회의를 자주 한다고 했다.

 

 

네니아의 ‘유기농 유자 아잉

 

<네니아 유기농 유자 아잉>은 국산 유기농 유자 12%, 국산 유기농 유자원액 6%, 유기농 설탕 8%, 정제수로 만든다. 유기농산물 인증과 유기가공식품 인증, 해썹 인증을 모두 받은 제품이다. 이 제품을 바로 에덴식품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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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니아 유기농 유자 아잉 (사진=네니아)

 


에덴식품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유자로 네니아 제품을 만들다가, 5년 전 약 70%에 해당하는 유자나무가 냉해로 피해를 보자 곤란에 빠졌다. 유기 인증 묘목을 구해서 심어야 유기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묘목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일반 묘목을 심어 2년 전부터는 무농약 인증만 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에덴식품은 고흥의 유기 인증 유자 농가 서너 곳과 계약재배를 해서 그 유자로 네니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에덴농원이 사정상 직접 유기 재배를 못 하고는 있으나, 가공시설이 없는 유기 재배 농가의 생산물을 에덴식품이 구매해 가공하니 농가로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셈이다. 유기농 유자 생산자와 에덴식품은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를 맺고 상생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버지의 길 걷고 싶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산다

 

송 대표에게 앞으로의 희망을 물어보았다.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아버지의 길을 걷고 싶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어려워서 아이들을 따스하게 안아서 키우지 못했다.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맡기기도 했다.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송 대표는 자식들과 모여 살면서 부모의 따뜻한 정을 주고 싶다. 떨어져 산 세월이 너무 많았다. 서러움에 차에서 눈물 흘리던 시간이 쌓여갔던 세월이었다. 그런 그의 꿈을 이미 반은 실현했다. 자녀들이 함께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가까이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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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 세월을 견디고 지금은 고흥에서도 알아주는 유자 재배 농가이자 가공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송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가족들이 곁에서 함께하니 더없이 좋다고 한다. (사진=네니아)
 

 

돈만 밝히지 말고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자는 것, 빚 없이 투자하고 경영하여 실속있는 운영을 하고 실속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송 대표가 에덴식품을 키워온 방식이다. 그는 유기가공공장협회 회장 역할을 7년 했고, 유자영농조합법인 이사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유자 농사에 나의 뼈를 묻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틈새작목연구회 회장, 고흥 우주합창단 단장, 전남선도가공협회 회장도 맡아서 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운영하는 에덴식품은 활기가 넘치고, 온기가 넘친다.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서 키우듯 언덕을 가득 채운 유자나무는, 송 대표의 땀의 결실이자 삶의 결실이고 살아가는 이유다. 에덴동산이 성전이듯, 그에게 유자 언덕은 바로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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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등불처럼 환하게 달린 유자가 탐스럽다.(사진=네니아)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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