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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니아 ‘생딸기잼’ 생산자 인터뷰 _ 안림딸기농원 백동민 농부

2025.03.24

생명은 땅에서 시작하고, ‘흙이 살아 있다라는 것은 흙 속에 무수히 많은 생명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네니아는 자연에 가까운친환경 식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곳입니다. 네니아가 농부와 생산자들을 만나고, 흙과 씨앗과 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첫 순서로 유기농으로 딸기 농사를 짓는 안림 딸기농원을 찾아갔습니다. -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딸기 잎이 다 탔어요"



 대가야의 땅경북 고령군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백 기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고분군이 있. 고도의 도시 고령을 상징하는 것으로 딸기도 빼놓을 수 없다고령 IC를 빠져나가자마자 도로 가에 딸기 파는 천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백동민(50) 농부는 고향인 고령군 쌍림면에서 딸기 농사를 25년째 짓고 있다. 2000년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그때 나이가 스물다섯 살,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딸기를 팔기도 하지만, 비타민C가 살아 있는 '네니아 생딸기잼을 만든다. 유기농 딸기를 생산하는 농부, 안림딸기농원의 백동민 대표를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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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고령에서 딸기 농사 짓는 백동민 농부 (사진=네니아)
  

딸기 농사 따라가 보기

 

딸기는 일년생일까, 다년생일까? 재배하지 않는 딸기는 다년생, 재배하는 딸기는 일년생이라고 보면 된다. 딸기 농사는 주기가 약 14개월이다. 이게 무슨 말이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11월부터 통상 4~5월까지 수확한다. 한창 딸기를 수확하는 시기인 3월 중순 이후부터 딸기는 육묘를 시작한다. 다음 농사를 위한 모종 키우기라고 보면 된다. 한쪽에서는 딸기를 수확하고, 한쪽에서는 딸기 육묘 작업을 하는데 약 2개월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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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 정식 후 나온 딸기 런너 (사진=안림딸기농원 제공)



딸기 육묘는 씨로 발아하는 것이 아니라, 런너(runner)나 싹을 캐서 심어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간다. 런너란, 줄기 일부로부터 길고 가느다란 줄기가 지상을 포복하여 그 마디에서 뿌리와 줄기를 생성하여 자구를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 런너를 잘라 모종으로 키우는 시기를 육묘 시기라고 한다. 3~4월은 딸기 따기도 바쁜데다 육묘까지 하기에 가장 바쁜 시기다.

 

육묘를 키우는 육묘장은 따로 있고, 육묘장에서 모종이 크는 사이 본답(딸기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딸기 수확을 마친 6월 초쯤 비닐하우스를 밀폐해 딸기잎 포기를 마르게 한 뒤 땅을 갈아엎는다. 바로 이어 그 자리에 벼를 심었다가 키가 자라면 8월 중순쯤 이것 역시 갈아엎는다. 이들은 자연 퇴비가 된다. 이후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육묘장에서 키운 딸기 모종을 9월에 심는다. 이를 정식이라고 한다.

 

이제 모종을 심었으니 물을 주면서 잘 살리는 게 과제다. 그런데 갈수록 기온이 높아지니까 모종 시기에 안 보이던 병이 정식 이후에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백 대표는 그렇게 병 하는 게 상당히 많아요. 많은 사람이 그것 때문에 고생하거든요라고 말한다. 딸기밭 전체를 갈아엎고 다시 심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모종은 계속 확보해둬야 한다. 만약 모종을 사서 심으려면 비닐하우스 8동에 심을 모종값만 4천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딸기 수확기보다 더 힘든 게 육묘 관리라고 한다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 딸기 잎이 다 탔어요

 

백 대표는 다섯 번 정도 딸기 농사에 실패했다. 모종 정식 후 병이 생겨서다. 딸기는 탄저병과 역병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병이 오면 딸기는 전멸이라고 한다딸기는 흰가루병진딧물청벌레 등의 피해를 본다관행농은 농약을 치지만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는 친환경 농자재로 대처한다진디나 응애는 딸기에 있는 점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갈수록 어려워져요. 육묘 시기에 기온이 너무 올라가고, 모종에 병이 없는 것 같았는데 약간 품고 있는 그런 놈들이 정식 이후에 나타나기도 하죠. 저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모종 키우는 것이 많이 힘들어졌다고요.”


백 대표는 작년(2024)에는 진짜 처음 경험했는데 딸기 잎이 다 탔다고 한다. 9월 10일경에 모종을 정식 했는데 잎이 다 탔다가슴이 철렁했다다행히 다시 속에서 잎이 나왔다. 그는 기후 문제로 앞으로 농사짓는 게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정식을 했으면 잡초를 막아주기 위해 이랑에도 비닐로 멀칭한다. 일반적으로 비닐을 먼저 씌우고 작물을 심지만, 딸기는 비닐을 먼저 씌우면 딸기 모종이 타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식 이후 비닐을 씌운 뒤 구멍마다 딸기를 빼내는데 그만큼 일이 까다롭다


정식 후 3개월이 지난 11월 말이 되면 다시 딸기 수확에 들어간다. 그런데 시련이 또 찾아왔다. 백 대표는 올해는 평년보다 두 달 늦은 1월 초부터 수확했다. 기온 때문에 꽃 분화가 잘 안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딸기꽃이 더디게 나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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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꽃이 피면 꿀벌이 수정해서 딸기 열매를 맺는다. 노란 나무 상자가 벌통이다. (사진=네니아)

 

 

고령은 남쪽 지방이라 비교적 따뜻하다. 백 대표는 비닐하우스 시설은 설치했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한 난방은 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이중 비닐 사이로 지하수가 흘러내리게 하면, 미지근한 지하수가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상당히 잡아준다.

 

 

끓이지 않고 졸이는 '생딸기잼'

측정 불가능한 점도’, 중요한 건 타이밍!

 

안림딸기농원의 딸기잼 만드는 설비는 백 대표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이 설비로 딸기를 끓이지 않고 생 딸기잼을 만든다. 보통은 저온 농축이라면서 60~80도 정도에서 잼을 만든다고 하는데, 백 대표가 만드는 생 딸기잼은 40도에서 만든다. 그 비결은 설비를 과학적으로 잘 설계했기 때문이다. 영업 비밀이라서 자세한 구조는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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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림딸기농원에서 생딸기잼 만드는 과정. 먼저 잘 익은 딸기를 딴다. 이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세척한다. 세척한 딸기를 분쇄해 유기농 설탕과 배합 후 농축 탱크로 이송해 잼을 만든다. (사진=안림딸기농원 제공)


  

생 딸기잼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은 바로 농축의 타이밍이다. 당도계나 수분계 같은 기기를 써도 잼이 졸여진 정도, '점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백 대표는 그 이유를 딸기의 수분 함량이 늘 달라서라고 설명했다더울 때와 추울 때의 수분 함량이 다르고습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수분 함량이 다르다여기엔 공식과 규칙이 없다백 대표는 그동안 잼을 만들면서 묽거나 굳어져 실패한 적이 여러 번 있다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손끝 감각을 통해 농축을 멈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잼을 잘못 졸이면 굳어버려 솥 하나 분량(200kg)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물을 더해도 섞이지 않아 되돌릴 수 없다특히 네니아 생딸기잼은 유기농 딸기 70%, 유기농 설탕 30%의 딸기 고함량 비율로 만들기 때문에, 점도 조절이 더욱 중요하다. 설탕이 많을수록 보존이 쉬워지지만, 딸기 비율이 높은 잼은 점도를 정확히 맞춰야만 첨가물 없이도 유통이 가능하다. 네니아 생딸기 잼에는 딸기와 유기농 설탕, 단 두 가지 성분만 들어간다. 보존제, 착색료, 젤화제(펙틴) 등 일체의 첨가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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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림딸기농원이 만든 유기농 네니아 생딸기잼 (사진=네니아)



네니아 생딸기잼 매력은 과 

 

이처럼 어렵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 네니아 생딸기잼은 끓여 만든 일반 잼과는 다른, 환하고 선명한 딸기색을 자랑한다. 네니아 생딸기잼한 병(600g)을 만드는 데는 유기농 생딸기 약 1kg이 들어간다. 잘 익은 딸기를 바로 따서 만드니 그 맛은 냉동딸기로 만든 잼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백동민 대표는 끓이지 않았기 때문에 색도 살아 있고, 무엇보다 비타민C가 그대로 보존돼요. 딸기를 얼리면 조직이 파괴되거든요. 신선한 생딸기를 그대로 써야 진짜 맛이 나요”라고 말한다. 끓이지 않고, 얼리지 않고, 딸기의 본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한 병의 잼그것이 바로 네니아 생딸기잼이다.

 

백 대표의 고민

 

백 대표는 딸기 농사에서 딸기 정식 후 딸기가 사느냐 죽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느냐못 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은 이주노동자도 인부로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러면서 그는 "생각보다 돈이 안 되는 게 큰 고민"이라고 했다. 시설 유지와 자재 구입 등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연금도 퇴직금도 없는 농부다. 백 대표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기농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땅을 살리듯, 도시의 소비자들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데 기꺼이 함께하길 바란다.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2025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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