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우리밀 전문 제빵소
‘네니아 브레드’ 이야기 (2)
인터뷰 _ 네니아 브레드 오진무 제빵사
오진무 제빵사, 네니아와 만나다
▲ 오진무 네니아 브레드 제빵소 소장
오진무 네니아 브레드 제빵소 소장은 직장 다니다가 40대 들어서면서 그동안 사회 요구대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대학 다니고, 취업과 결혼, 아이 키우고. 인생을 돌아보면서 ‘내가 뭘 하고 싶었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족 넷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석 달 동안 다녀왔다.
‘엘 까미노 데 산티아고’(El Camino de Santiago)는 스페인의 유명한 성지 순례길이다. 오진무 소장은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그는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과 인연을 맺었는데, 그 사람이 한국에서 빵집을 차린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오 소장은 그곳에서 1년 정도 제빵 일을 배웠다. 그러나 오 소장이 좋아하는 빵은 아니었다. 오 소장은 1996년에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먹었던 빵 생각이 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먹었던 사워도우(천연발효종 빵)도 생각났다. 그는 중동식 샌드위치, 유럽식 샌드위치 등 ‘세계 샌드위치’ 가게를 열고 싶었다. 그러나 식빵 아닌 유럽식 천연발효종 빵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오 소장은 직접 제과제빵 학원에서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 과정 외에 천연발효종 빵에 대해 배웠는데 미생물학 교수가 강연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때가 2012년 즈음이다.
오 소장은 바로 가게를 열지 않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빵집에 취업해 경험을 쌓고, 2014년에 경기도 광주에 빵집을 개업했다. 주로 발효 빵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가게에서 먹으면 맛있는데 집에 가서 먹으면 딱딱하고 맛이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발효 빵은 데워서 먹으면 되는데 한국인들에게 그런 습관이 없었다. 밥이 식으면 굳는 것처럼, 빵도 마찬가지다.
빵집 개업 2년 정도 지나면서 가게 매출이 궤도에 올랐고, 2호점 가게를 냈다. 그러던 와중에 네니아 문영진 대표를 만났다. 오 소장은 문 대표에게 기업이니까 ‘파베이크’를 해보라고 권했다. 오 소장도 파베이크 제품을 만들고 싶었으나 냉동고가 필요하고 유통 라인이 필요해서 작은 규모로는 쉽지 않았다. 문 대표는 ‘파베이크를 아네?’, ‘시골 빵집에서?’ 하는 표정이었다. 문 대표는 파베이크를 알고 있는 오진무 소장을 만난 것이 무척 반가웠다. ‘파베이크’란 빵 반죽을 약 80%까지만 구워 급속으로 냉동한 제품으로, 나머지 20%는 집에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등을 이용해 추가로 구워 먹는 빵이다. 갓 구운 빵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오진무 소장은 문 대표가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2021년 9월부터 네니아 브레드에서 일했다. 그는 파베이크를 만들고 진정한 빵의 맛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천연발효종 빵은 일반 빵과 뭐가 다르지? 사워도우, 깜빠뉴, 치아바타 등 낯선 외래어는 무슨 뜻을 가진 거야! 오진무 소장이 천연발효종 빵에 대해 쉽게 설명한 것을 입말체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선 밀가루에 대해 조금 알아야 하는데요. 글루텐은 밀가루에 있는 글루테닌과 글루아딘이라는 단백질이 결합해서 생기는 화합물이죠. 밀가루를 물과 반죽하면 글루텐이 생성되고, 글루텐이 밀가루 덩어리에 점성과 탄성을 부여합니다. 글루텐은 분자량이 크고, 동양인은 글루텐 분해 효소가 작아요. 그런데 밀가루 반죽을 천연효모로 16시간 발효하면 효모가 글루텐을 분해하면서 단백질 입자가 작아지고 아미노산으로 변하거든요.
‘천연발효종 빵’ 또는 ‘발효 빵’이라는 말 들어보았죠? 말 그대로 천연 발효를 시켜서 만든 빵을 말하죠. 그럼 ‘발효’란 무엇인가를 알아보죠. 김치를 생각해보면 ‘발효’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한여름 김치는 빨리 익죠. 그 과정에 초산이 나와 신맛은 나지만 가벼운 맛이거든요. 반면 김장 김치는 오랜 시간 천천히 숙성해 깊은 맛, 여러 가지 맛이 난단 말입니다. 이런 발효의 특징을 알면 천연발효종 빵을 이해하기 쉬워요.
▲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 네니아 브레드는 천연발효종을 16시간 천천히 오래도록 발효시켜 빵의 풍미를 낸다.
천연발효종 구분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요. 외국에는 제빵사 자격증도 없어요. 우리가 ‘밥 짓는 자격증’이 필요한가? 우리가 밥을 짓는 것처럼, 그들은 빵이 주식이니까 누구나 빵을 만들어요. 우리가 밥과 반찬을 먹듯이, 그들은 식사 빵(거친 맨 빵)에 고기와 샐러드 등을 같이 먹죠. 제빵사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어요.
"발효 빵은 소화가 잘돼요"
이스트가 대사하면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 알코올을 활용한 게 맥주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게 빵이죠. ‘효모’에 대해 더 알아볼게요. 공기 중에는 떠 있는 효모는 매우 많습니다. 그중에 학명이 주어진 효모가 약 340가지 정도 된다고 해요. 그 가운데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sccharomyces serevisiae)라고 하는 놈이 있는데, 이놈이 발효력이 가장 세요. 보통 맥주 만들 때 쓰는 효모인데 이놈만 공기 중에서 포집해서 증강 배양을 시킨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업용 이스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천연발효종은 동네마다 발효종의 종류가 달라요. 효모는 통상적으로 27~28도를 가장 좋아하고, 4도 미만이거나 35도 이상이면 대부분 사멸해요. 효모가 발효과정에 뿜는 대사 산물이 있는데, 온도나 환경에 따라 그 산물이 다 다르거든요. 그렇기에 지역마다 빵 맛이 약간씩 다른 것입니다.
밀가루 빵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니 뭐 이런 얘기, 신트림이 나온다는 얘기가 뭐냐 하면, 글루텐이 우리 몸에서 분해가 되는데 이게 동양인이 분해 효소가 좀 적어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분해되면서 독소를 내뿜어서 그것 때문에 신트림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워도우는 16~17시간 동안 발효를 시키니까 천연효모가 글루텐을 분해하는 겁니다. 단백질의 분자 크기가 엄청 작아지는 것이고, 그걸 먹으면 소화가 잘 돼요.
상업용 이스트를 사용하면 빵 만드는 시간은 빠르지만, 천연발효종보다 풍미는 적어요. 풍미가 없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떻게 되겠나? 이것저것 다른 부재료를 자꾸 넣어서 맛을 살리죠. 그건 ‘밥이 되는 빵’이 아니라 ‘간식’이죠.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면 밀가루 음식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밀가루 성질이 찬 기운이 많아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겁니다. 천연발효종 빵은 발효종 자체의 풍미가 있으니까 그 맛으로 먹습니다. 장시간 발효했기에 약간 시큼하기도 하고, 달곰한 맛도 나고, 여러 가지 풍미가 나는 것이죠. 소화도 잘 되고요.
부드러운 빵을 만들려면 글루텐이 많아야 해요. 그러려면 단단하게 반죽해야 하는데 글루텐 단백질이 더 강화되니까 소화가 더 안 될 것입니다. 일반 빵들은 반죽을 보통 10분 이상 하는데, 천연발효종은 4~5분밖에 안 해요. 그냥 물하고 밀가루하고 섞는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되죠.
천연발효종 빵이 외국에서 온 것이고 프랑스나 터키, 독일 등은 밀가루 종류가 숫자로 되어 있어요. 밀가루 정도가 한 300가지 정도 돼요. 그게 밀가루 종류가 다른 게 아니라 밀가루를 어떻게 섞느냐, 브랜딩 정도에 따라, 제분 정도에 따라, 거기에 비타민C(아스코르빈산) 같은 거 넣는 영양 강화 밀가루 등. 그 종류가 매우 많죠. 통밀도 있고 호밀도 있고 일반 백밀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빵에 따라 밀가루를 잘 선택해야죠.
깜빠뉴는 고급 빵인가?
▲ ‘치아바타’는 ‘납작한 슬리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빵 모양이 슬리퍼 모양이다. 사진은 네니아 브레드가 만든 ‘유기농 플레인 치아바타 파베이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워도우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이게 바로 깜빠뉴에요. 시골 빵이라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도 시골에서 '참'으로 국수를 많이 말아서 먹었는데, 집집마다 국수 맛이 달랐죠. 육수나 조리 시간 등에 따라 국수 맛이 다 다르단 말이에요. 프랑스 농가에서 대충 막 만들어서 먹던 게 깜빠뉴인데 이것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그게 사워도우에요. 이게 외국어이고 처음에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많이 팔았으니까 고급 빵으로 인식이 되었죠. 실제로는 그냥 시골 아무 데서나 먹었던 빵이에요. 그래서 정확한 레시피도 없죠. 대충 적당히 한 소금 꼬집 이렇게 넣어서 만들어 먹던 빵이라는 거죠.
바게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으로 ‘지팡이’, ‘막대기’라는 뜻이 있어요. 치아바타는 이탈리아 말인데 ‘납작한 슬리퍼’라는 뜻이 있죠. 올리브 치아바타, 치즈 치아바타, 감자 치아바타 등이 있어요. 알고 보면 빵 이름에 유래가 있고, 유래를 알면 빵 이름이 길어도 어렵지 않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네니아와 밀 한 알의 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면 좋겠습니다.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2025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