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네니아 제품 생산지를 찾아서 Ⅱ
바쁜 아침을 살리는 떡, 홍성풀무를 만나다
아침부터 집밥을 해 먹으려니 번거롭다. 샐러드와 빵을 먹어보았으나 이마저도 바쁜 출근 시간에 치어 준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게 바쁜 일상 속 어느날 ‘홍성풀무의 떡’을 만났다. 낱개로 포장해서 냉동한 떡이었는데, 출근 준비하는 시간에 꺼내 놓으면 약 30분 해동, 집을 나서면서 먹으면 시원하고 쫄깃하다. 별도의 조리 시간도, 따로 앉아서 먹는 시간도 필요 없다. 바쁠 때 먹기 딱 좋은 식사 대용인데, 쌀로 만들었으니 배고픔이 없다. 네니아의 ‘쑥오쟁이떡’ 이야기다. ‘이런 건 널리 알려야 해!’, 서둘러서 떡 만드는 제조업체 취재 일정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맷돌과 시루, 떡메와 절구가 집마다 갖추고 있는 필수품이었다. 명절이나 생일, 제사 등 행사 때 가구 단위로 떡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많은 양을 찧거나 빻기 위해서 마을의 골짜기마다 디딜방아가 생겼고, 이후 전기를 사용하는 떡방앗간이 생겼다. 가정에서 시루에 찌던 떡도 떡집에서 대부분 대신하게 되었다.
쌀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에는 떡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행사 이후에 남은 떡은 냉동실로 들어간다. 냉동했던 떡을 다시 꺼내어 먹으면 방앗간에서 갓 나왔을 때의 촉촉함과 맛과 풍미가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홍성풀무는 처음부터 ‘냉동 떡’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해 해동하면 ‘즉석 떡’이 되는 떡을 만들었다. 갓 만들었을 때보다 해동하면 더 맛있는 떡이라니? 홍성풀무가 만든 떡은 해동하면 말랑하고 촉촉한 것 외에 쫄깃한 식감을 유지한다. 냉동보관을 전제로 개발한 떡이라서 냉동실에 오래 보관해도 맛이 떨어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홍성풀무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으면 ‘홍성풀무’의 떡은 귀하디귀하게 다가온다.
홍동 가는 길
△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한 ㈜홍성풀무(사진 오른쪽 중간에 보이는 건물) 주변에는 친환경 벼가 자라고 있다. (사진=홍성풀무)
산이 나지막하고, 모심은 논에 찰랑대는 물,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나무 그림자, 논둑 지나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유기방아’라는 간판이 보인다. ‘유기 방아’는 농업회사법인 홍성풀무(주)의 오래된 브랜드 이름이다.
홍성풀무 정문에 다다르자 구수한 떡 냄새가 풍기고, 김병혁 전무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김병혁 전무는 (사)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 (사)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 등 친환경농업 분야의 실무책임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병혁 전무와 연관된 일화가 하나 있다. 2020년 코로나 시기, 학교급식이 중단되자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가와 산지 법인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빠졌다. 학교급식 예산은 있었으나 쓸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쉽게 이야기하지만, 당시에 정말 많은 농민과 업체가 애로를 겪었다. 참고로 코로나 때 홍성풀무도 매출이 약 25%가 줄었다. 당시에 이러한 친환경 농업인과 업체의 어려움을 보다 못한 김병혁 전무(당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를 포함한 몇몇 사람이 쓰지도 못하고 있는 학교급식 예산으로 학교에서 사용할 친환경 농산물을 학생의 가정으로 보내는 ‘친환경 가정꾸러미’ 사업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제안은 실현되었다. 농림부에 제안했는데 교육부 장관도 동의했고, 학생이 있는 가정에 ‘친환경 식품 꾸러미’를 직접 전달하는 사업이 실행되었다. 그 덕에 파산 위기에 몰렸던 친환경 농가와 산지 법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한가운데서 정책위원장을 하던 김병혁 전무는 홍성풀무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진정한’ 친환경 농업인을 만나다
네니아 웹진 편집팀은 김병혁 전무와 본격적으로 홍성풀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홍성풀무 대표이사의 양파밭으로 갔다. 뙤약볕 아래서 붉게 익은 박종권 대표의 얼굴은 양파 껍질처럼 붉어져 있었다. 박 대표의 이마에서는 땀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족히 2천 평이 넘어 보이는 양파밭의 싹이 시꺼멓고 양파 크기가 작았다.
박 대표는 양파에 병충해가 찾아왔고, 농약 10만 원어치만 치면 ‘해결’될 일이었으나 농약을 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700만 원 상당의 친환경 방제약을 뿌렸다. 그러나 양파가 굵어지지 않아서 일부는 수확하고 일부는 갈아엎을 요량으로 양파밭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자연하고 싸워서 이기지를 못해요. 그래서 철학이 없으면 이런 농사 못 지어요.”
그럴 것이다. 깊이가 없으면 돈과 생산성 중심의 농업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러나 박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이 먹는 것에 약을 치면 안 된다고 배웠다고 한다. 그는 바로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과 대안학교의 산실인 ‘풀무학교’를 나온 것이다.
홍성풀무를 운영하는 대표가 농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김병혁 전무와 김영규 선생(전 충남친환경농업유통 지원사업단장)이 홍동면 일대를 안내하며 ‘친환경 농업’과 지역 운동을 설명해주었다. 홍성풀무가 만드는 ‘떡’은 바로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농업의 연장선’이기도 한 것이었다.
친환경 농업의 산실, 풀무학교
△ 풀무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밝맑도서관.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마을 도서관이다. '밝맑'은 풀무학교 설립자 이찬갑 선생의 호에서 따온 것이며, 밝고 맑다는 뜻이다. (사진=네니아)
1958년. 풀무학교는 충남 홍성에 있는 헌 방앗간 한 채를 구입해 기독교계 고등공민학교(중학 과정)로 개교하였다. 이후 1963년 소규모 학교가 허용되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로 개교했다. 설립자는 밝맑 이찬갑(1904~1974), 주옥로(1919~2001) 선생 두 분이다.
이찬갑 선생은 평북 정주 출신으로 교육과 협동조합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구상하고 실천한 분이다. 홍동 출신의 주옥로 선생도 교육 조합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농민 자녀를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자고 의기투합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의 교훈이 ‘더불어 사는 평민’이다. 교육 이념은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것이다. 엘리트나 출세지향 교육이 아니다. 올해로 개교 65년이 된 풀무학교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기 때문에 한 학년을 25명으로 제한한다. 그리고 전문대학교와 같은 ‘전공부’를 2년 과정으로 만들었으며, 이곳에서는 농사와 인문, 농사 계획, 농업과 기술, 자연과학, 녹색 사상, 대체 의학 등을 배운다.
홍성군 홍동면의 친환경 농업은 풀무학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풀무학교는 1975년 일본 애농회 고다니 준이찌 회장 방문으로 유기농업을 시작하였다. 친환경 농업을 이끄는 인물 가운데 풀무학교 출신이 많다. 홍성풀무의 박종권 대표는 17회 졸업생이며, 박종권 이사장의 동기생 네 명이 홍성군 홍동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홍성군 최대의 친환경 농업조직인 풀무생협은 1960년 풀무학교 학생 생협으로 태동하였다. 풀무생협은 면 단위의 작은 마을에 조합원이 1천 명 가까이 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를 조직하고 이끌었던 사람이 박종권 대표다.
홍성군은 유기농업이 태동한 곳이자 유기농업의 본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4년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되었다. 이것은 풀무학교와 그 졸업생들의 헌신과 유기농업에 대한 철학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떡 공장 ‘홍성풀무’를 만들다
홍성풀무는 유기농업의 본고장인 홍성에서 이렇게 풀무학교의 정신을 이어받은 기업으로 출발했다.
홍성풀무와 네니아의 만남
홍성풀무는 2007년 법인을 설립하고, 초창기에 기술과 판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2009년 네니아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학교급식에 홍성풀무의 떡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홍성풀무는 2010년 전국친환경가공품평회 대상을 받았다. 홍성풀무가 안정기에 접어든 것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공식 떡 업체로 선정돼 떡 도시락을 공급한 다음부터다. 홍성풀무의 명성과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문량이 많이 증가했다. 홍성풀무의 주요 이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홍성풀무는 세계 유일의 ‘튀김 전용 떡’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우리쌀튀김떡, 감자랑쌀스틱, 맛난방아쌀튀김떡, 떡너겟 등)했다. 또 쌀만두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홍성풀무는 2020년 600평 규모의 2공장을 준공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쌀 가공부 품평회 10대 가공품에 꽃소떡이 선정되었다. 홍성풀무는 현재 생협, 쿠팡, 오아시스 등 쇼핑몰과 학교급식, 단체급식, 프랜차이즈 기업, 유통기업 등에 떡을 납품하고 있다. 홍성풀무의 거래처 중에는 홍성풀무가 만든 떡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 수출하는 곳도 있다.
홍성풀무가 만든 냉동 떡이 갓 만든 떡보다 맛있다고?
김병혁 전무는 “홍성풀무가 만드는 떡은 반죽의 수분율 배합 기술과 영하 60도에서 급속 냉동하는 설비, 그 외 특별한 공정의 결합으로 탄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기술은 갓 쪄낸 떡의 촉촉함에 쫄깃함과 시원한 맛을 더한다. 냉동 떡이지만 해동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에서 ‘가정 간편식(HMR)’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참고로 맛이라는 것이 개인마다 취향과 선호도가 다르기에 ‘더 맛있다’는 말은 주관적일 수 있다.
김병혁 전무는 “개별급속냉동을 통한 품질 향상, 기술연구를 통한 ‘튀김 떡’과 ‘쌀로 만든 만두’ 특허 취득 등 품질 강화와 제품 개발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네니아의 떡
△ 홍성풀무가 만든 네니아 무농약쌀 삼색 송편
홍성풀무가 만든 네니아 떡은 기본 사양이 무농약 쌀과 유기농 쌀로 만든 것이다.
네니아 떡 가운데 인기 있는 제품이 추석 송편이다. 유기농 쌀로 만든 <우리쌀 모시잎 송편>과 무농약 쌀로 만든 <무농약쌀 삼색송편>, <햇님달님 달콤송편>이 있다. 네니아는 모시잎 송편은 1개씩, 햇님달님 달콤송편은 2개씩 먹기 좋게 포장했다.
네니아가 만든 자연소시지를 넣은 꽃소떡(유기농쌀), 우리 찹쌀로 만든 쑥오쟁이떡(무농약쌀), 나리랑 달래랑(유기농쌀), 현미꿀떡(유기농쌀), 우리쌀떡스틱(무농약쌀), 우리쌀 감자랑 쌀스틱(무농약쌀)은 1년 내내 학교 급식소와 일반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는 제품이다. <나리랑 달래랑>은 국산 단호박 가루와 국산 백련초 가루로 노랑과 분홍빛을 내고 유기농 설탕을 넣은 꿀떡으로 한입에 쏙 들어간다.
5월 단오 시즌에 계절식으로 한정판매하는 국산 수리취와 무농약 쌀로 만든 수리취꿀떡과 수리취앙금가래떡은 늘 수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에필로그
△ 풀무학교생협 (사진=네니아)
△ 홍동면과 이웃한 장곡면 오누이센터 주변의 모습. 귀농 귀촌인과 청년들이 농업 교육과 체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네니아)
“양파밭이 여기 말고도 또 있는데, 비용이 1억 정도 들어갔는데 임대비용까지 1억5천은 들죠. 최소 2억원 어치 나와야 수익이 되는데 이거 다하면 수확해도 3백만원. 1억4700이 손해인 거에요.”
박종권 대표는 돈 보고 농사짓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농업을 위한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시장은 일반농산물이나 친환경농산물이나 품위가 비슷하길 원한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가 병충해로 양파밭을 갈아엎을 지경에도 작고 못생긴 친환경 작물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가치 있게 생산하면 가치 있게 소비하려고 하는 국민이 있어야 하죠. 자연과 사람과 더불어 가치 있게 생산하려고 해도, 소비 시장으로 가면 일반농산물 취급을 받으니 속앓이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러나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우리나라 주식인 쌀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친환경 쌀로 만든 떡을 학교나 공공급식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사람의 연결 고리는 단지 제품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먹을 것과 땅을 살리고자 하는 유기농업을 향한 행진이 멈추지 않도록,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건넬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네니아의 떡은 이처럼 농부의 땀과 정신이 깃든 귀한 떡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네니아는 홍성풀무와 홍성 풀무학교의 정신, 친환경 농업의 정신을 오롯이 공감하고 함께 하면서 홍성풀무와 오랜 기간 함께하고 있다.
네니아 웹 매거진 편집부
2025년 7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