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한 톨의 변화, 더 나은 내일 _ 네니아 제품 생산지를 찾아서
인터뷰: 우리밀 생산자 _ 호성농산영농조합법인 황윤미 대표
전라도에서 가장 넓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척지가 넓게 조성돼 있어 전국에서 경지 면적이 가장 넓은 곳, 섬 외에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곳. 바로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이다. 해남은 북쪽으로 목포시와 영암군, 남쪽으로 완도군과 진도군, 동쪽으로 강진군, 서쪽 바다 건너 신안군과 접해 있다. 배추, 고구마, 김, 전복으로 유명하고, ‘우리밀’ 생산지로 한몫하는 곳이다.
▲ 네니아는 해남 호성농산에서 친환경 우리밀을 수매한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사진=네니아)
밀은 인류가 신석기 시대부터 재배한 오래된 작물이다. 밀은 쌀과 함께 세계 2대 식량 작물이다. 동양에서는 밀을 보조 식량으로 쓰지만, 서양에서는 주 식량이다. 한반도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1965년 밀 자급률이 27%였으나, 미국의 무상 원조가 대량으로 들어오고, 이후 밀가루와 밀의 수입자유화, 1984년 정부의 밀 수매 중단 등의 이유로 1990년도에는 우리밀 종자마저 없어졌다.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를 창립하면서 우리밀 재배는 명맥을 잇게 되었다. 우리밀 재배 관련해 뒷짐 지고 있던 정부가 2019년 국회의 「밀산업 육성법」 제정 이후 밀 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네니아의 많은 가공식품 중 밀이 함유된 상품에는 모두 유기농, 무농약 우리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네니아가 수매하는 품종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금강밀이다. 알곡이 굵고 또렷한 해남 우리밀 경작지를 동백꽃과 산수유가 한창 피는 4월 초에 찾아갔다. 네니아에 친환경 우리밀을 공급하는 호성농산은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 있다. 목포에서 산이면으로 들어가는 들녘에 우리밀과 보리가 봄 들판을 온통 푸르게 뒤덮고 있다. 드넓은 밭을 경작하려면 사람 손으로 어림없을 것 같다.
호성농산영농조합법인(이하 호성농산)은 황윤미 대표가 2021년 1월 8일 설립했다. 조합원(농가 수)은 40~50명에 달한다. 친환경 우리밀은 1년에 약 500톤을 수확하는데 그 가운데 400톤은 네니아와 계약재배 중이다. 올해(2025년)부터는 정부가 밀 농사에 대해 직불금도 지급한다.
▲ 호성농산 황윤미 대표 (사진=네니아)
황윤미 대표를 만나서 전통적인 ‘농부’의 이미지가 아니라서 놀랐다. 그는 40세 초반의 젊은 여성이다.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해남 들판을 깨우는듯했다. 황 대표는 목소리만큼이나 역동적으로 해남과 인연을 맺었다. 스무 살 무렵인 2002년에 해남에 놀러 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시작했다. 우리밀 재배는 10년 전부터 시작하였으나 처음 1~2년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소 밥이나 거름으로 쓰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네니아 수매담당자가 생산지 확보를 위해 찾아간 것이 인연이 되어 계약재배를 시작하게 되면서 판로 걱정은 덜고 품질 안정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황 대표가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이후 조합원(생산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농가들은 농사를 지어도 판로를 스스로 개척하기 어려웠다. 특히 소농일수록 어려움을 겪었다. 황 대표는 호성농산을 통해 친환경 우리밀은 네니아, 관행밀은 비축밀 수매, 기타 작물들은 타 유통 업체와 계약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70~80세 고령의 생산자는 농기구가 없거나 조작이 어려워 호성농산이 트랙터와 드론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지원하고 있다. 생산자가 신청하면 경작/방재/수확을 대행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농가들이 작물을 팔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 법인이 나서서 판로를 주선하면 근심 가득하던 분들 얼굴이 펴지고, 그때마다 뿌듯하다”고 했다. 호성농산이 있는 산이면 일대는 해남군에서 면적이 크고 대규모 경작지가 많다고 한다. 오래전에 바다를 매립해 간척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밀 파종은 가을 파종과 봄 파종으로 나뉜다. 지역마다 기후에 따라 파종한다. 해남 호성농산 농가들은 모두 11월에서 12월 사이에 가을 파종을 한다. 그 이유는 발아율이 높고 생육이 잘 되며, 수확량이 봄 파종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 6월 초 밀을 수확하면 모두들 배추를 심는다. 이모작 농사를 지으니 농가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밀을 가을에 파종하면 겨울을 들판에서 나기에 병충해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가 많이 내리면 밀에도 붉은곰팡이병이 찾아온다. 이 병이 오면 비 온 다음 날 바로 방재해야 한다. 황 대표는 유황을 만들어서 드론으로 방재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붉은곰팡이병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밀 알곡이 전멸하고 수확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한다. 거름은 배추 농사를 지었던 땅이라서 배춧잎 등 기본적인 유기질 거름이 저절로 땅에 묻힌다. 유박 비료를 쓰기도 하지만 밑거름과 웃거름을 거의 주지 않는다고 한다.
황 대표는 해남의 토양이 농사짓기에 전국에서 최고라고 한다. 우리밀 산지인 전북, 진도, 함평 등지를 다니면서 알곡을 보았는데 해남 우리밀 알곡이 좋더라는 것이다. 그는 해남 밀은 ‘논 밀이 아니라 밭 밀만 경작하는 점, 토양 등이 우리밀 생육에 좋게 작용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나서서 밀 산업육성을 위해 생산단지 확대, 공공 비축물량 확대, 소비 활성화(제분 등 가공비용 지원) 등 다방면으로 밀 산업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농가 입장에서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수매 기준은 까다롭지만, 안정적인 수매가격과 보조 혜택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단다.
호성농산은 2024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2024년 국산 밀·콩 우수 생산단지’에 선정됐다. 그리고 농식품부의 농기구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크라스콤바인과 트랙터 등의 농기구도 지원받게 되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야 그 보상이 돌아오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황 대표는 정부 등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밀을 수매할 때 수매 시기가 늦어서 애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또 재해나 병해로 인한 보험금 보상의 경우, 밀을 조금이라도 수확하면 보험 보상을 못 받게 만든 제도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 밀 한 톨의 변화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믿음. 우리는 기후위기 앞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사진=네니아)
황 대표의 당차고 활기찬 모습은 해남 들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녀와 농가들이 해남 들녘에 뿌린 밀 한 톨이, 네니아를 통해 친환경 가공식품으로 학교 급식과 군대 급식, 시민들의 식탁 위에 올라간다. 밀 한 톨의 변화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믿음. 우리는 기후위기 앞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다음 글에 ‘네니아 브레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2025년 4월 8일